보르도의 새로운 등급 체계 크뤼 부르주아

보르도 와인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그랑 크뤼 등급과 크뤼 부르주아 제도입니다. 이 두 등급 체계는 보르도 와인의 품질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자, 오늘날 세계 명품 와인의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보르도 와인의 역사와 등급 제도를 살펴보고, 대표적인 와이너리인 샤토 퐁테-캬네의 실험적인 도전을 소개합니다.

목차

• 보르도 와인의 정수, 그랑 크뤼 등급
• 크뤼 부르주아 제도의 탄생과 발전
• 상위 등급을 넘보는 하위 등급 와인들
• 샤토 퐁테-캬네, 실험 정신으로 도전하다
•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의 놀라운 변화

보르도 와인의 정수, 그랑 크뤼 등급

보르도의 메독(Médoc) 지역은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와인 등급 체계인 '그랑 크뤼(Grand Cru Classé)'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1855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계기로 만들어진 이 제도는 총 61개의 샤토를 1등급부터 5등급까지 나누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1등급은 '5대 샤토'로 불리는 샤토 마고, 샤토 라투르, 샤토 라피트 로칠드, 샤토 무통 로칠드, 샤토 오브리옹이 포함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샤토 오브리옹만 유일하게 메독이 아닌 페삭-레오냥(Pessac-Léognan) 지역에 위치해 있다는 것입니다. 등급은 160년 넘게 변하지 않았지만, 1973년 샤토 무통 로칠드가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승격된 것이 유일한 예외입니다.

 

 

크뤼 부르주아 제도의 탄생과 발전

전통적인 등급 체계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메독 지역에서는 1932년 새로운 분류법인 '크뤼 부르주아(Crus Bourgeois)'를 제안하였습니다. 이는 2003년 공식 등급화되며, 다음 세 가지로 구분되었습니다:

• 크뤼 부르주아 (Cru Bourgeois)
• 크뤼 부르주아 쉬페리외르 (Cru Bourgeois Supérieur)
• 크뤼 부르주아 엑셉시오넬 (Cru Bourgeois Exceptionnel)

그러나 이후 등급 분류에 반발한 샤토들의 소송이 이어지며, 2007년 이후 단일 등급으로 간소화되었고, 2020년부터 다시 3단계 등급제가 부활하였습니다.

이 제도를 통해 샤토 샤스-스플린(Château Chasse-Spleen), 샤토 드 페즈(Château de Pez) 등 고품질 와인이 재조명되었고,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그랑 크뤼에 버금가는 명성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상위 등급을 넘보는 하위 등급 와인들

샤토 팔메(Château Palmer, 3등급)는 거의 1등급 와인으로, 샤토 린치 바주(Château Lynch-Bages)나 퐁테-캬네(Château Pontet-Canet, 5등급)는 2등급 이상의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포도밭 면적 확대, 샤토 직접 병입 시스템, 생산 방식 개선 등으로 와인 품질이 크게 향상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등급 승급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구조입니다. 무통 로칠드의 승급조차도 바롱 필립 로칠드와 당시 농무부 장관이었던 쟈크 시라크 대통령과의 친분 덕분이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샤토 퐁테-캬네, 실험 정신으로 도전하다

5등급임에도 불구하고 1~2등급 이상의 품질을 자랑하는 샤토 퐁테-캬네는 무통 로칠드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위치한 유서 깊은 와이너리입니다. 1975년부터 테세론(Tesseron) 가문이 소유하고 있으며, 현재는 멜라니 테세론이 운영을 맡고 있습니다.

1990년대 후반, 샤토 퐁테-캬네는 미셸 롤랑(Michel Rolland)을 컨설턴트로 영입하며 대대적인 품질 개선에 나섰습니다. 특히 포도밭 중심의 경작 철학 아래, 트랙터 대신 말을 사용하는 등 획기적인 실험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의 놀라운 변화

퐁테-캬네는 2004년부터 유기농보다 더 진보된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을 도입한 메독 최초의 샤토입니다. 이 농법은 오스트리아 철학자 루돌프 슈타이너가 제안한 자연 순응 농법으로, 달의 주기와 지구의 에너지 흐름에 따라 작물을 경작합니다.

뿔에 퇴비를 넣어 땅에 묻거나, 허브와 식물 혼합 퇴비를 사용하는 방식은 매우 독특하지만, 실제로 포도의 품질과 땅의 생명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이 실험은 주변 샤토 라투르, 샤토 마고에도 영향을 주며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또한 모든 수확과 양조는 인간의 손으로 진행되며, 컴퓨터 시스템은 철저히 배제합니다. 이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통해 최고의 와인을 만들겠다는 퐁테-캬네의 철학을 대변합니다.

마무리하며 – 등급보다 중요한 건 철학

보르도 와인의 등급 제도는 역사적인 유산이자, 오늘날 와인 시장을 움직이는 기준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와인의 진정한 가치는 등급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샤토의 철학과 끊임없는 실험 정신에 있습니다.

샤토 퐁테-캬네처럼 전통을 지키면서도 과감한 시도를 멈추지 않는 와이너리가 있기에, 보르도 와인은 시대를 초월한 예술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와인 초보부터 애호가까지! 보르도 와인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가요? 댓글이나 이메일로 질문 주시면, 등급제도 해설부터 샤토 추천까지 친절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