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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300년 전통 보르도 와인 명가 탐방기

by wine professional 2025. 7. 9.

보르도 와인 여행기 – 3세대가 이어가는 장인 정신, 토머스 제퍼슨이 극찬한 와인, 그리고 세계 예술가들의 레이블 이야기까지. 이 글을 통해 레오빌, 그뤼오 라로즈, 무통 로칠드의 깊은 와인 세계를 경험

1. 샤토 레오빌: 세대를 잇는 와인 철학

샤토는 현재 3세대가 함께 운영 중입니다. 8세대 안토니 바르통(Anthony Barton)의 지도 아래, 그의 딸 릴리엉과 손자 다이망, 손녀 멜라니까지 모두 포도밭과 와인 양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바르통 가문은 ‘모두가 좋아하는 와인을 만들 수는 없다’는 철학을 가지고, 와인 메이커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와인을 만든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고전적인 대형 오크통을 사용하며, 환경 파괴 없이 지속 가능하게 보르도 테루아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샤토 부지 내에는 생쥘리앙에 남아 있는 유일한 숲이 포함되어 있으나, 환경 보호 차원에서 포도밭으로 개발하지 않고 보존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결과물인 레오빌 와인은 고전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데다 가격도 2등급 그랑 크뤼 와인으로는 매우 합리적입니다.

시음한 레오빌 2013은 입안에서 느껴지는 타닌과 오래 지속되는 향, 바이올렛과 아니스의 복합적인 향미가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2016년 빈티지는 2019년 Wine Spectator에서 세계 1위 와인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Chateau Mouton Rothschild

 

2. 샤토 그뤼오 라로즈: 토머스 제퍼슨이 인정한 와인

미국의 3대 대통령이자 와인 애호가였던 토머스 제퍼슨은 프랑스 대사 시절이던 1778년, 보르도 지역을 여행하며 샤토 그뤼오 라로즈(Château Gruaud-Larose)를 2등급 와인 중 최고의 품질로 꼽았습니다. 이는 1855년 공식적으로 2등급으로 지정되며 입증되었습니다.

그뤼오 라로즈 샤토의 상징인 타워에 올라서면 넓은 포도밭과 독특한 건축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특히, 우박을 막기 위한 대형 포대가 인상적이었는데, 이는 실제로 우박이 예상되면 대포를 쏘아 반경 4km 내의 결빙을 방지하는 장치라고 합니다.

이곳은 현대식 양조시설을 갖추었으면서도, 여전히 전통적인 시멘트 발효탱크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컴퓨터로 탱크 온도를 정밀 제어하는 모습은 전통과 기술이 공존하는 와이너리의 미래를 보여주었습니다.

 

Chateau Mouton Rothschild 와인셀러

 

3. 무통 로칠드와 예술 레이블의 역사

무통 로칠드(Château Mouton Rothschild)는 1973년 1등급으로 승격되면서 피카소의 작품을 레이블로 사용하고, “무통은 변하지 않는다”는 문구로 세계 와인계에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예술을 사랑한 무통 가문은 매년 세계적인 작가들과 협업하여 와인병 라벨을 장식해 왔습니다.

2013년에는 한국의 이우환 작가의 작품이 선택되었고, 이는 한국이 세계 와인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는 신호탄으로 여겨졌습니다.

년도 레이블 아티스트
2014년 데이비드 호크니
2015년 게르하르트 리히터
2016년 윌리엄 켄트리지
2017년 에넷 메세저
2018년 쉬빙
2019년 올라푸르 엘리아손
2020년 피터 도이그
2021년 시오타 치하루

4. 마무리: 예술, 전통,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보르도

보르도는 단순한 와인 산지가 아닙니다. 세대를 잇는 장인정신, 자연과 공존하는 철학, 그리고 예술과의 융합이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레오빌과 그뤼오 라로즈를 통해 우리는 그 깊이를 직접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제 와인을 단순한 술이 아닌 ‘철학과 예술의 총체’로 바라보게 되었고, 보르도에서의 이 여정은 그 가치를 온몸으로 체험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