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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샴페인의 경제적 가치와 문화적 품격, 그 숨은 이야기

by wine professional 2025. 7. 8.

샴페인의 귀족적 이미지와 화려함 뒤에는 프랑스 와인 문화의 정수와 대중화 전략이 공존합니다. 이번 샹파뉴 여행에서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샴페인 하우스인 모엣 에 샹동, '돔 페리뇽' 브랜드의 비밀, 그리고 75명이 함께 만들어가는 협동조합 샴페인 마이를 직접 탐방하며 느낀 인사이트를 공유합니다.

목차
  • 1. 샴페인과 명품의 연결고리: LVMH 그룹
  • 2. 돔 페리뇽의 고향, 모엣 에 샹동 방문기
  • 3. 샴페인 지하 셀러와 시음 체험
  • 4. 와인 문화의 상징, 샴페인 잔 이야기
  • 5. 협동조합이 만든 명품 샴페인, 마이(MAILLY)
  • 6. 마이 샴페인 시음 후기와 감동의 선물

1. 샴페인과 명품의 연결고리: LVMH 그룹

루이뷔통, 디올, 셀린느와 같은 브랜드로 잘 알려진 LVMH 그룹은 사실 모엣 에 샹동, 돔 페리뇽, 헤네시 등의 고급 주류 브랜드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9년 기준, LVMH의 주류 부문 매출은 약 24억 유로였고, 2024년에는 무려 58억 유로로 증가했습니다. 이는 유럽 와인 산업이 단순한 전통 산업이 아니라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글로벌 산업임을 보여줍니다.

 

돔 페리뇽 동상

 

2. 돔 페리뇽의 고향, 모엣 에 샹동 방문기

샴페인의 상징이자 돔 페리뇽 브랜드로 유명한 모엣 에 샹동 본사는 샹파뉴 지방의 중심 도시 에페르네에 위치해 있습니다. 입구에 우뚝 선 돔 페리뇽 동상은 수많은 관광객의 인증샷 명소로, 샴페인의 역사적 상징처럼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사실 이 동상은 원래 오빌레 수도원에 있었지만, 돔 페리뇽 브랜드와의 연계성을 강조하기 위해 1832년 지금의 자리로 옮겨졌습니다. 나폴레옹 1세가 이 샴페인을 즐겼다는 사실을 기념해 모엣 에 샹동 임페리얼이라는 이름의 샴페인도 존재합니다. 본사 내부에는 엘바섬으로 귀양 갈 당시 나폴레옹이 썼던 이각모자 실물이 전시되어 있어 역사적 상징성이 가득합니다.

3. 샴페인 지하 셀러와 시음 체험

모엣 에 샹동의 지하 와인셀러는 길이가 무려 27km에 달하는 규모로, 사전 예약을 하면 유료 투어가 가능합니다. 백악질 지층을 뚫고 만든 이 동굴은 샴페인을 숙성하기에 완벽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합니다. 방문객은 다양한 빈티지 샴페인을 직접 시음하며, 샴페인의 깊이와 역사성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팝 아티스트 제프 쿤스가 레이블을 디자인한 돔 페리뇽 2004 빈티지 제품도 전시되고 있으며, 예술과 와인의 만남이라는 모토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공간입니다.

4. 와인 문화의 상징, 샴페인 잔 이야기

샴페인 잔은 단순한 도구가 아닌 와인 문화의 에티켓을 상징합니다. 현재의 형태는 17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잔의 구조(몸통, 줄기, 받침)는 시각적 아름다움뿐 아니라 향과 맛을 살리기 위한 기능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흔히 사용하는 플루트형 샴페인 잔은 기포 유지에 유리하며, 쿠프형 잔은 넓고 볼륨감 있는 모양 덕분에 예식이나 축제에서 자주 사용됩니다. 일설에는 쿠프잔의 디자인이 마리 앙투아네트나 조세핀 황후의 가슴을 본뜬 것이라는 로맨틱한 전설도 전해집니다.

최근에는 리델(Riedel)의 ‘O 시리즈’와 같은 줄기 없는 와인 잔이나, 화이트와인 잔과 유사한 형태가 샴페인 감상에 더 적합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와인잔과 샴페인잔

 

5. 협동조합이 만든 명품 샴페인, 마이(MAILLY)

마이 샴페인 하우스는 1920년 설립된 협동조합형 샴페인 생산자입니다. 샹파뉴 지역의 경기 침체기였던 당시, 포도 재배자 75명이 힘을 모아 설립했고 지금은 70헥타르의 포도밭과 함께 그랑 크뤼 등급을 자랑합니다.

협동조합이 만든다고 해서 품질이 낮을 것이라는 편견은 오산입니다. 마이는 샴페인 총생산량의 10% 이상을 책임지고 있으며, 브랜드와 품질 모두에서 명가 못지않은 평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6. 마이 샴페인 시음 후기와 감동의 선물

2층 시음장에서 무려 9종의 샴페인을 시음했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브뤼 레제르브레제샹송 2004였습니다. 전자는 100% 그랑크뤼 포도를 사용하고, 피노 누아 75% + 샤르도네 25% 조합으로 깊고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레제샹송 2004는 단순히 고급 샴페인 그 이상이었습니다. 황금빛 색상, 반짝이는 기포, 잘 익은 과일과 유자 향, 아몬드와 벌꿀의 부드러운 풍미가 압권이었습니다. 병마다 고유 번호가 있는 리미티드 에디션이며, 균형감 있는 미네랄리티와 긴 여운은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마이를 떠날 때, 마이의 대표 장 프랑수아 프레오 씨가 직접 레제샹송 2004 한 병을 선물해 주었는데, 저는 그 샴페인을 아직도 셀러에 보관하며 특별한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모엣 에 샹동의 역사와 예술, 그리고 마이 샴페인의 협동정신은 샴페인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샹파뉴 여행은 단순한 시음 그 이상이었고, 와인의 문화와 철학, 사람들의 이야기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여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