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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샴페인 여행 추천 코스-오빌레, 조셉 데뤼에, 트루아

by wine professional 2025. 7. 8.

샴페인의 아버지 돔 페리뇽이 머물렀던 오빌레 마을부터, 한국계 형제가 운영하는 조셉 데뤼에 샴페인 하우스, 그리고 숨겨진 보석 같은 중세 도시 트루아의 샴페인까지. 전통과 혁신, 그리고 감동이 공존하는 프랑스 샴페인 여행기를 통해 샴페인의 진정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샴페인의 진짜 아버지, 돔 페리뇽의 흔적을 찾아서

많은 이들이 샴페인 하우스 '모엣 에 샹동(Moët & Chandon)' 앞마당에 우뚝 서 있는 돔 페리뇽 동상을 보며 그가 이 샴페인 브랜드의 창립자였다고 오해합니다. 하지만 진실은 다릅니다. 돔 피에르 페리뇽(Dom Pierre Pérignon)은 17세기 베네딕트 수도회의 수도승으로, 에페르네 근교의 오빌레 수도원에서 포도 재배와 양조를 담당했던 인물입니다.

그가 활동하던 시기는 오늘날 우리가 마시는 세련된 샴페인이 완성되기 전이었지만, 그는 현대 샴페인의 기반을 만든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포도 품종의 선별과 가지치기, 발효 과정 중 병이 터지는 현상을 방지하는 기술 개발 등 샴페인 양조에 핵심적인 기초를 다졌습니다. 이런 이유로 오빌레 마을은 샴페인의 탄생지로 여겨집니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 폐허가 되었던 오빌레 수도원이 복원되면서, 1832년 그의 동상이 모엣 에 샹동 본사 앞으로 옮겨졌고, 이 브랜드는 그의 이름을 딴 '돔 페리뇽' 샴페인을 생산하게 됩니다. 이 모든 이야기가 서려 있는 오빌레 마을은 중세풍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으로, 언덕 위 전망대에서는 마른강 너머 에페르네와 샹피용 마을까지 조망할 수 있습니다.

 

jacques lassaigne clos sainte sophie montgueux 2011

 

한국의 피가 흐르는 샴페인, 조셉 데뤼에

이번 오빌레 마을 방문의 진짜 목적은 이곳의 숨은 보석, '조셉 데뤼에(Joseph Desruets)' 샴페인 하우스를 방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1888년에 설립된 이 샴페인 하우스는 현재 6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한국계 프랑스 국적의 형제, 토마 김 데뤼에와 마티아스 은 데뤼에가 공동 운영하고 있습니다.

토마 김은 어린 시절 프랑스로 입양되었고, 양부모로부터 이 샴페인 하우스를 상속받았습니다. 현재는 동생 마티아스가 프랑스에서 양조를 담당하고, 토마 김은 서울에서 샴페인 바를 운영하며 마케팅을 맡고 있습니다. 이 샴페인 바의 파트너들도 대부분 한국계 입양아 출신으로, 이곳은 단순한 와이너리가 아닌 문화적 교감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작고 소박한 와이너리 내부에는 125년 역사의 참나무 압착기 '다르크-플라망'과 세계에서 가장 아담한 셀러가 있습니다. 연 25,000병 정도의 소량 생산이지만, 그만큼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샴페인의 품질은 탁월합니다. 특히 피노 누아 90%, 피노 뫼니에 10%로 구성된 '퀴브 드 피노 엑스트라 브뤼'는 복합적인 과일향과 미네랄리티가 뛰어난 샴페인이었습니다.

양조장 방문 후 마티아스와의 대화에서, 그는 여름철 오빌레에서 운영했던 한국식 바비큐 식당의 성공담과 서울 방문 계획을 나눴습니다. 언젠가 이곳에서 그가 만든 샴페인과 함께 한국 음식을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blanc de blancs brut nature

 

트루아: 숨겨진 중세 도시에서 만난 샴페인

샹파뉴 지방을 여러 번 여행하면서도 매번 지나쳤던 도시, 트루아(Troyes). 트루아는 과거 샴페인의 주도였으며, 로마 시대부터 중요한 요충지였습니다. 16세기 대화재 이후 중세 목조 건물들이 재건되어 오늘날 관광객의 발길을 끌고 있습니다.

이 도시는 샴페인 AOC 지역인 '코트 드 데바(Côte des Bar)'에 포함되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지역입니다. 와인샵 '셀라 옥스 샹파뉴'에서는 다양한 로컬 샴페인을 시음할 수 있었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쟈크 라센느(Jacques Lassaigne)'의 2011년 빈티지, '끌로 생뜨 소피 몽쿠 블랑 드 블랑 브뤼 나튀르'였습니다.

청사과, 리치, 시트러스, 시나몬과 견과류의 향이 어우러진 이 샴페인은 제로 도자주 방식으로 만들어져 드라이하면서도 강렬한 풍미를 자랑합니다. 이후 몽쿠 마을의 언덕 위 포도밭을 방문하니 백악질 토양과 급경사의 지형이 샤르도네 품종 재배에 최적화되어 있었습니다.

트루아와 그 인근 지역은 유명 샴페인 하우스의 그늘에 가려 있지만, 개성 있는 생산자들이 숨어 있는 보석 같은 곳입니다. 샴페인의 깊은 세계를 경험하고 싶다면, 이곳을 꼭 방문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마무리하며

이번 샴페인 여행을 통해 우리는 돔 페리뇽의 발자취가 깃든 오빌레 마을, 한국인의 손에서 정성껏 만들어지는 조셉 데뤼에 샴페인, 그리고 고풍스러운 중세 도시 트루아의 감동적인 샴페인 이야기를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샴페인은 단순한 술이 아니라, 시간과 땅, 사람의 정성이 빚어낸 문화 그 자체임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언젠가 프랑스 샹파뉴 지방을 여행하게 된다면, 유명 샴페인 하우스뿐만 아니라 작지만 개성 있는 생산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시길 바랍니다. 그 속에서 진짜 샴페인의 매력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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