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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프랑스 샹파뉴 여행기: 랭스의 역사와 샴페인의 기품을 찾아서

by wine professional 2025. 7. 7.

프랑스 샹파뉴는 단순한 와인 생산지를 넘어 프랑스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입니다. 랭스 대성당, 벨 강변, 그리고 윈스턴 처칠이 사랑한 폴 로저까지, 샹파뉴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여정을 소개합니다.

샹파뉴는 왜 프랑스의 정신인가?

샹파뉴를 '프랑스의 정신'이라고 부르는 데는 역사적 이유가 있습니다. 이 지역은 로마 시대부터 전략적 요충지였으며, 중세에는 교통과 무역의 중심지였습니다. 랭스는 프랑스 초대왕 클로비스 1세가 세례를 받은 곳이며, 이후 37명의 프랑스 왕이 대관식을 거행한 도시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샹파뉴는 프랑스 국가 정체성의 상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 샹파뉴 지방의 랭스

 

랭스 노트르담 대성당의 감동

벨 강가의 호텔을 나와 랭스 노트르담 대성당을 향해 걸었습니다. 이곳은 고대 로마의 목욕탕 부지 위에 세워진 고딕 양식의 걸작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내부에는 장미창과 샤갈의 스테인드글라스가 방문객의 감탄을 자아냅니다. 연간 50만 명이 찾는 이 성당은 파리 노트르담이 화재로 손상된 이후 더욱 귀중하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샴페인의 숨겨진 등급 체계

샴페인은 단순한 고급 와인이 아닙니다. 샹파뉴 지방의 포도밭은 그랑 크뤼, 프리미에 크뤼, 일반 등급으로 나뉘며, 포도의 거래 가격과 퀄리티에 영향을 줍니다. 흥미로운 점은 레이블에 이런 등급이 표기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입니다. 대신 생산방식에 따라 NM(상업 생산자), RM(재배자 생산자), CM(협동조합), RC, MA 등의 기호가 표시되어 있어, 샴페인의 ‘숨겨진 계급’이라 불립니다.

 

프랑스의 샴페인

 

에페르네, 샴페인의 고향

랭스에서 남쪽으로 30km 떨어진 에페르네는 샴페인의 심장부입니다. 폴 로저, 모엣 에 샹동, 페리에 주에 등 세계적인 명가들이 모여 있는 이곳은 언제나 고급스러운 기품이 넘칩니다. 특히 마른 강을 따라 펼쳐진 샴페인 셀러들은 수세기 동안 축적된 발효 기술의 집약체입니다.

폴 로저와 윈스턴 처칠의 우정

1849년 설립된 폴 로저는 가족 경영 샴페인 하우스로,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과의 특별한 인연으로 유명합니다. 처칠은 폴 로저를 애정했고, 그의 이름을 딴 ‘퀴브 윈스턴 처칠’이라는 고급 샴페인이 탄생했습니다. 특히 지하 셀러에서 10년 이상 숙성된 이 샴페인은 피노 누아 중심의 무게감 있는 스타일로, 바닐라, 말린 과일, 장미꽃 향기가 인상적입니다.

 

윈스턴 처칠 샴페인

 

왕실이 선택한 샴페인, 폴 로저

폴 로저는 2004년부터 영국 왕실 공식 샴페인 공급업체로 선정되었습니다. 2011년에는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식 샴페인으로 선정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본사에 태극기가 함께 걸려 있었던 것은 한국 소비자에 대한 배려를 엿볼 수 있었던 감동적인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프랑스 샴페인의 고급스러움

 

마무리하며

샹파뉴 지방은 와인을 넘어서 역사와 예술, 그리고 인간관계의 깊은 향기가 배어 있는 공간입니다. 랭스의 대성당에서 에페르네의 셀러까지, 단순한 여행이 아닌 ‘프랑스 정신’의 한 조각을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여정이었습니다. 샴페인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이곳을 걷는 순간, 누구나 마음속 깊이 잔잔한 기포가 피어오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