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샹파뉴 지역의 샴페인 명가, 필리뽀나를 직접 방문해 본 경험은 단순한 여행 그 이상이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샹파뉴 지방의 자연환경과 전통, 그리고 필리뽀나 샴페인 하우스가 보여준 아방가르드적 접근과 감동적인 시음을 생생히 소개합니다. 샴페인 애호가라면 꼭 한 번 읽어보아야 할 필수 여행기입니다.
- 1. 샴페인의 전통과 변화
- 2. 샹파뉴 지방의 테루아
- 3. 샴페인 명가 필리뽀나 소개
- 4. 끌로 데 고아쎄 포도밭 탐방기
- 5. 역사 속 샹파뉴와 전쟁의 기억
- 6. 필리뽀나 샴페인 시음기
- 7. 전통과 아방가르드의 공존
1. 샴페인의 전통과 변화
역사적으로 샴페인은 일반 와인과는 다른 길을 걸어왔습니다. 상류 문화를 상징하는 귀족적 이미지와 샴페인 하우스의 전통은 샴페인을 '명품 와인'의 대명사로 만들었죠. 기술적으로도 전통적인 병내 2차 발효 방식인 '샹파뉴 방식(Méthode Champenoise)'을 고수해 오며 클래식함을 지켜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테루아(포도밭의 특성)와 빈티지를 강조하는 새로운 흐름이 등장하며, 싱글빈야드(단일 포도밭)에서 생산된 고급 샴페인들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는 일종의 샴페인 아방가르드, 즉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시대의 도래라 할 수 있습니다.
2. 샹파뉴 지방의 테루아
샹파뉴 지역은 프랑스 북부에 위치하며 연평균 기온이 섭씨 10.5도를 넘지 않는 서늘한 기후를 자랑합니다. 포도 재배에는 불리할 수 있는 조건이지만, 가을철 길고 따뜻한 과숙 기간 덕분에 산도가 풍부한 포도가 자랍니다.
이 지역의 토양은 지질시대 백악기(크레타세)의 두꺼운 백악질층으로 구성되어 있어 수분 배수가 뛰어나고, 낮 동안 축적된 열을 밤에 방출합니다. 저는 샹파뉴 포도원을 방문할 때마다 샴페인의 섬세하고 순백의 거품이 바로 이 토양에서 비롯된 듯한 인상을 받곤 했습니다.
3. 샴페인 명가 필리뽀나 소개
1552년부터 포도를 재배하고 17세기부터 샴페인을 생산해 온 필리뽀나는 샴페인 업계에서 ‘샴페인의 로마네 콩티’라 불릴 정도로 전통과 혁신을 겸비한 하우스입니다. 1935년에는 로마시대부터 이어진 ‘끌로 데 고아쎄(Clos des Goisses)’라는 독립 포도밭을 인수하여, 샴페인 역사상 최초의 싱글빈야드 샴페인을 선보였습니다.
1997년 부아젤 샹파뉴 그룹에 합병된 후에도, 필리뽀나 가문의 16대손인 샤를 필리뽀나가 전통을 이어가며 샴페인의 본질을 지켜내고 있습니다.
4. 끌로 데 고아쎄 포도밭 탐방기
필리뽀나 와이너리 도착 직후, 우리는 세계적인 샴페인 전문 매거진 취재진과 함께 끌로 데 고아쎄 포도밭으로 향했습니다. 이 포도밭은 남향의 가파른 경사면에 위치해 있으며, 샹파뉴 지역 평균보다 1.5도 높은 온도를 유지합니다.
단 5.5헥타르의 작은 밭이지만, 백악질 토양과 풍부한 일조량 덕분에 최고 품질의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가 자라납니다. 언덕 위 성모상에 올라 북쪽 랭스산과 남쪽 마른 강 계곡까지 내려다보며, 이 테루아가 품고 있는 잠재력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5. 역사 속 샹파뉴와 전쟁의 기억
이 지역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격전지로, 와이너리와 마을 대부분이 파괴되었습니다. 1946년 전쟁 후 주민들이 세운 성모상은 평화를 기원하는 상징으로 남아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때에는 오히려 독일군의 샴페인 공급 장려 정책으로 필리뽀나 와이너리는 비교적 피해를 적게 입었다고 합니다.
샴페인은 당시에도 전략적 가치가 있었고, 나치 당국은 설탕을 지속 공급하며 샴페인 생산을 유지하도록 도왔습니다. 가격은 정부 정책에 의해 결정되었지만, 전쟁 와중에도 필리뽀나의 품질은 유지되었습니다.
6. 필리뽀나 샴페인 시음기
이날 우리는 논도자주(Brut Nature) 방식으로 만든 NV 필리뽀나 로얄 레제르브와 싱글빈야드 샴페인 끌로 데 고아쎄 2004를 시음했습니다. 논도자주는 도자주 과정에서 설탕을 첨가하지 않아 포도의 순수한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스타일입니다.
NV 로얄 레제르브는 맑고 신선한 아로마와 함께 백악질 미네랄리티가 인상적이었고, 끌로 데 고아쎄 2004는 피노 누아 65%, 샤르도네 35%의 블렌딩으로, 복합적인 흰 과일 향과 라임 향, 그리고 투명한 황금빛 컬러가 환상적인 밸런스를 보여주었습니다.
7. 전통과 아방가르드의 공존
샴페인 산업은 지금 전통과 혁신 사이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 중입니다. 필리뽀나는 바로 그 중심에서 샴페인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하우스로, 르 생크(Le Cinq) 같은 파리 미슐랭 3 스타 레스토랑뿐 아니라 에어프랑스, JAL 퍼스트 클래스에서도 선택받은 브랜드입니다.
전통적인 퀴브 방식과 혁신적인 싱글빈야드 샴페인의 조화를 이루는 필리뽀나 샴페인은, 오늘날 가장 주목받는 아방가르드 샴페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샹파뉴 지역에서 만난 필리뽀나는 단순한 와이너리 방문이 아닌, 샴페인의 진정한 본질을 깨닫게 한 특별한 여정이었습니다. 전통을 지키되, 시대의 흐름을 읽고 변화하는 필리뽀나의 철학은 앞으로 샴페인의 미래를 이끌어갈 중요한 지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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