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의 맛을 말할 때, 단순히 “달콤하다” 또는 “시큼하다”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 와인의 ‘풍미’는 단맛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와인은 후각, 미각, 그리고 입안에서의 질감인 마우스필까지 세 가지 감각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경험입니다. 이 글에서는 와인을 구성하는 주요 감각 요소들과, 당도와 산도에 따른 와인의 스타일까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맛'의 진짜 정의
일상적으로 우리는 음식에서 느끼는 모든 인상을 ‘맛’이라 부르지만, 와인을 평가할 때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와인의 풍미는 세 가지 요소가 조화롭게 작용합니다:
1) 후각(아로마) : 코로 느끼는 향
2) 미각 : 혀에서 감지되는 단맛과 신맛 등
3) 마우스필 : 입안에서의 질감과 온도, 탄닌의 느낌
예를 들어, 크렘 브륄레에서 느끼는 ‘바닐라향’은 미각이 아닌 후각의 결과이며, ‘크리미 한 질감’은 마우스필에 해당됩니다. 미각으로 감지되는 것은 ‘단맛’뿐입니다.
2. 와인의 향: 아로마와 풍미의 차이
와인을 마실 때 가장 먼저 다가오는 감각은 후각입니다. 잔을 기울이지 않아도 향이 퍼지며, 한 모금 마시는 순간 향이 코로 전달됩니다. 이처럼 ‘아로마’는 코로 들어온 냄새이지만, 입을 통해 내부 통로를 지나 코로 올라올 때는 풍미로 인식됩니다.
대부분의 ‘와인 맛’은 사실 향에서 비롯됩니다.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냄새는 1만 가지 이상, 미각은 고작 6가지에 불과합니다.
3. 미각의 6가지 요소와 와인의 진짜 맛
사람의 미각은 다음 6가지로 나뉘며, 와인에서 실제 감지되는 건 단맛과 신맛뿐입니다.
미각 요소 | 와인에 포함 여부 | 예시 |
단맛 | 포함 | 디저트 와인 |
신맛 | 포함 | 산도 높은 화이트 와인 |
짠맛 | 포함되지 않음 | 없음 |
쓴맛 | 포함되지 않음 | 없음 |
감칠맛 | 약함 | 일부 고급 와인 |
지방맛 | 없음 | 해당 없음 |
그 외의 향미는 후각이나 마우스필로 느껴지는 감각입니다.
4. 와인을 마실 때 주목해야 할 맛
와인에서는 단맛과 신맛이 풍미의 핵심입니다. 그 외 맛은 미각이 아닌 후각 및 질감의 영역입니다. 와인의 스타일은 이 두 요소에 따라 결정됩니다.
1) 단맛 : 와인 1L당 당분 함량(g/L)으로 측정
2) 신맛 : 산도의 높낮이에 따라 새콤함부터 톡 쏘는 맛까지 다양
5. 드라이 와인 vs 스위트 와인
스위트함은 혀에서 단맛으로 감지되는데, 특히 미각수용체가 몰려있는 혀끝에서 가장 생생하게 감지된다. 대다수 와인은 단맛이 전혀 감지되지 않으며 이런 와인을 '드라이'하다고 묘사한다. 수세기 전부터 전 세계의 와인메이커들은 포도의 천연 당분이 전부 아코올로 변환되었을 때 그 와인을 드라이하다고 일컬었다. 프랑스어의 섹(sec), 독일어의 트로켄(trocken), 이탈리아어의 세코(secco)도 모두 일상어로는 '젖지 않은'의 뜻이지만 와인에 적용될 때는 '달지 않은'의 뜻이 된다.
여러 등급의 와인에서 기분 좋을 만큼 살짝 단맛이 도는 와인들이 출시되고 있는데, 그중 대다수는 대량판매용 저가 와인들이다. 이처럼 약간 달콤한 '오프드라이(off-dry)' 스타일은 주스 같은 풍미를 좋아하는 와인 초보자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있다. 아주 달콤한 와인, 즉 디저트 와인은 매혹적이지만 희귀하다. 그만큼 생산하기가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드는 탓이다. 세계의 와인 대다수는 드라이한 편인데, 그 이유는 만들기가 간단하고 유통기간이 긴 편인 데다 음식과도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다음의 표는 와인 당도의 저/중/고에 따른 통상적 용어와 함께, 각 당도별 시음 시의 느낌과 해당 와인의 예를 정리한 것이다.
당도 | 용어 | 시음 시의 느낌 | 해당 와인 |
저 | 드라이 | 감지될 만한 정도의 당분이 함유되어 있지 않다. | 호주의 샤르도네, 프랑스의 코트 뒤 론 |
중 | 살짝 달콤한, 오프드라이 | 약하게 감지될 만한 정도의 당분이 함유되어 있다. | 독일의 리슬링, 캘리포니아의 올드 바인 진판델 |
고 | 달콤한, 디저트 와인 | 뚜렷하고 강렬할 정도의 당분이 함유되어 있다. | 포르투갈의 포트, 이탈리아의 모스카토 |
6. 산도가 주는 와인의 생동감
레몬주스나 식초를 마셨을 때처럼, 와인의 신맛은 혀에 닿는 순간 시큼한 느낌을 주면서 거의 즉시 입안에 침이 고이게 한다. 특히 와인은 생포도의 높은 산도 때문에 대다수 음료보다 더 톡 쏘는 편이다. 와인 초보들로선 기호에 따라 와인이 너무 시큼하게 느껴지기 쉬운데, 이런 느낌은 와인을 한 모금 마셨을 때 신맛이 가장 강렬하게 남는 탓이다. 하지만 와인의 신맛은 계속 마시다 보면 그 날카로움이 점점 누그러들며, 특히 식사에 곁들여 마실 경우 더욱 그렇다.
다음의 표는 와인 산도의 저/중/고에 따른 통상적 용어와 함께, 각 산도별 시음 시의 느낌과 와인의 예를 정리한 것이다.
산도 | 용어 | 시음 시의 느낌 | 해당 와인 |
저 | 약간 시큼한, 산도가 부족한 | 신맛이 감지되지만 구운 사과처럼 그 정도가 약함 | 오크 풍미를 지닌 샤르도네, 크림 셰리 |
중 | 새콤한, 상큼한 | 싱싱한 사과처럼, 상쾌함이 느껴지는 보통 정도의 신맛 | 이탈리아의 피노 그리지오, 칠레의 메를로 |
고 | 톡 쏘는, 날카로운 | 덜 익은 사과처럼, 거칠다싶은 만큼 강한 신맛 | 프랑스의 상세르, 이탈리아의 키안티 |
7. 마무리: 풍미를 느끼는 연습이 필요하다
우리는 흔히 와인의 맛을 단순히 '달콤하다', '시큼하다'로 표현하지만, 실제로 와인의 풍미는 후각과 미각, 그리고 마우스필이라는 복합적인 감각의 조화로 형성된다. 단맛과 신맛이라는 두 가지 미각만이 와인의 맛을 직접 구성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냄새와 질감에서 비롯된 인상이다.
드라이냐 스위트냐, 산도가 높냐 낮냐에 따라 와인의 스타일은 전혀 달라진다. 와인을 더 깊이 이해하고 즐기고 싶다면, 이 감각들을 분리해서 느끼고 표현해 보는 연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제 한 잔의 와인에도 훨씬 더 풍부한 이야기와 경험이 담겨 있음을 알게 되실 겁니다.
와인은 단지 한 모금으로 끝나는 술이 아닙니다. 그 속엔 향기, 맛, 질감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감각의 예술이 담겨 있습니다. 단맛과 신맛, 아로마와 마우스필을 구별해서 느끼고 말하는 연습을 하다 보면, 매번의 시음이 훨씬 더 즐거운 경험이 될 것입니다.
더 알고 싶으신가요? 댓글로 질문을 남겨 주세요. 와인 추천부터 시음 가이드까지 친절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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