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의 ‘맛’은 단맛뿐일까? 후각, 미각, 마우스필을 통해 진짜 와인의 풍미를 이해하고, 단맛·신맛·당도·산도별 와인 스타일까지 알려드립니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입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느낌을 '맛'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와인 세계에서도 '맛'은 대체로 이런 보편적 맥락에서 쓰인다. 하지만 와인을 분석할 때는 와인을 감지하는 감각에 따라 와인의 특징을 구분한다.
1. 맛이란?
진정한 의미에서 맛을 구분하려면 와인을 홀짝일 때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세 가지 감각적 특징, 즉 냄새, 맛, 마우스필을 구별해야 한다. '풍미'를 이루는 냄새나 일명 마우스필이라는 촉감은 맛과는 별개다. 크렘브륄레(Creme brulee)를 예로 들면, 대개 그 맛을 표현할 때 달콤하고 크림 같은 맛이라거나 바닐라와 캐러멜 같은 맛이 난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맛이란 달콤함뿐이다. 달콤함만이 혀의 미뢰에서 감지되기 때문이다. 바닐라와 캐러멜 '풍미'는 실제로는 후각의 느낌, 즉 냄새이며 크림 같다는 것은 촉각의 느낌, 즉 마우스필에 해당된다.
2. 아로마의 이해
와인의 시음에 관한 한 모든 감각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후각이다. 코를 대고 냄새를 맡지 않더라도 와인을 한 모금 머금는 순간, 강렬히 발산되는 아로마를 느끼게 된다. 우리는 이를 풍미라고 인식하며 와인의 맛으로 받아들이지만, 사실 우리가 풍미라고 인식하는 것의 대부분은 후각적 자극, 즉 냄새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향기와 풍미 사이에 실질적인 차이는 없다. 단지 코로 들어오는 방향만 서로 다를 뿐이다. 말하자면 위쪽 비강의 후각신경은 냄새가 외부로부터 코로 들어오면 향기로 인식하지만, 똑같은 냄새가 코와 입을 연결하는 내부 통로를 통해 코에 이르면 풍미로, 즉 음식이나 음료의 맛이라고 인식한다.
우리가 혀와의 접촉을 통해 맛보는 와인의 특징은 달콤함과 시큼함 같은 소수의 기본적인 특징에 불과하다. 하지만 와인 속의 휘발성 아로마 성분이 후각 신경에 이를 때, 우리의 후각은 향기인 동시에 풍미인 보다 복잡한 와인의 특징들을 훨씬 더 다양하게 감지한다. 그리고 우리 인간이 맡을 수 있는 냄새는 최소한 1만 가지에 이르지만, 우리가 실제로 느낄 수 있는 맛은 6가지에 불과하다.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미각이 여섯 가지뿐이라는 점을 알았으니 이제는 미각이 와인의 시음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자. 그런데 이 대목에서 가장 놀라운 점을 꼽으라면, 와인에서 발견되는 진정한 의미의 맛이 두 가지뿐이라는 사실이다.
3. 미각 제대로 알기
이제껏 알려진 여섯 가지의 미각 가운데 4가지는 수세기 전부터 분간되어 온 맛으로 단맛, 신맛, 짠맛, 쓴맛이다. 나머지 두 가지는 상당히 미묘한 미각으로, 실험실 테스트를 통해 비교적 최근에야 발견되었다. 대체로 '맛있다' 거나 입맛이 당기는 특징을 띠어 일명 감칠맛으로 불리는 미각은 글루타민산과 아미노산에 의해 유발되는데, 일본의 연구가들이 해조류와 미소된장의 기분 좋은 맛의 근원에 호기심을 품으면서 최초로 식별되었다. 보다 최근에 발견된, 또 하나의 감지하기 미묘한 미각은 음식의 지방과 연관된 맛이다.
4. 어떤 맛을 찾아야 할까?
와인을 맛볼 때는 단맛과 신맛만을 탐색하고 평가하며, 이 두 맛은 모두 와인의 스타일을 구분하는데 중요한 요소이다. 그 외의 맛을 탐색하지 않는 이유는, 와인에 소금, 지방, 쓴 성분이 함유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수의 와인들이 감칠맛의 특징을 띠긴 하지만 그 맛이 쉽게 구분될 정도는 못된다. 와인 세계에서는 단맛을 와인 1리터당 몇 그램의 당분이 함유되어 있는가로 측정한다.
5. 스위트냐 드라이냐?
스위트함은 혀에서 단맛으로 감지되는데, 특히 미각수용체가 몰려있는 혀끝에서 가장 생생하게 감지된다. 대다수 와인은 단맛이 전혀 감지되지 않으며 이런 와인을 '드라이'하다고 묘사한다. 수세기 전부터 전 세계의 와인메이커들은 포도의 천연 당분이 전부 아코올로 변환되었을 때 그 와인을 드라이하다고 일컬었다. 프랑스어의 섹(sec), 독일어의 트로켄(trocken), 이탈리아어의 세코(secco)도 모두 일상어로는 '젖지 않은'의 뜻이지만 와인에 적용될 때는 '달지 않은'의 뜻이 된다.
여러 등급의 와인에서 기분 좋을 만큼 살짝 단맛이 도는 와인들이 출시되고 있는데, 그중 대다수는 대량판매용 저가 와인들이다. 이처럼 약간 달콤한 '오프드라이(off-dry)' 스타일은 주스 같은 풍미를 좋아하는 와인 초보자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있다. 아주 달콤한 와인, 즉 디저트 와인은 매혹적이지만 희귀하다. 그만큼 생산하기가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드는 탓이다. 세계의 와인 대다수는 드라이한 편인데, 그 이유는 만들기가 간단하고 유통기간이 긴 편인 데다 음식과도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다음의 표는 와인 당도의 저/중/고에 따른 통상적 용어와 함께, 각 당도별 시음 시의 느낌과 해당 와인의 예를 정리한 것이다.
당도 | 용어 | 시음 시의 느낌 |
해당 와인 |
저 | 드라이 | 감지될 만한 정도의 당분이 함유되어 있지 않다. |
호주의 샤르도네, 프랑스의 코트 뒤 론 |
중 | 살짝 달콤한, 오프드라이 |
약하게 감지될 만한 정도의 당분이 함유되어 있다. |
독일의 리슬링, 캘리포니아의 올드 바인 진판델 |
고 | 달콤한, 디저트 와인 |
뚜렷하고 강렬할 정도의 당분이 함유되어 있다. |
포르투갈의 포트, 이탈리아의 모스카토 |
6. 시큼한 신맛
레몬 주스나 식초를 마셨을 때처럼, 와인의 신맛은 혀에 닿는 순간 시큼한 느낌을 주면서 거의 즉시 입안에 침이 고이게 한다. 특히 와인은 생포도의 높은 산도 때문에 대다수 음료보다 더 톡 쏘는 편이다. 와인 초보들로선 기호에 따라 와인이 너무 시큼하게 느껴지기 쉬운데, 이런 느낌은 와인을 한 모금 마셨을 때 신맛이 가장 강렬하게 남는 탓이다. 하지만 와인의 신맛은 계속 마시다 보면 그 날카로움이 점점 누그러들며, 특히 식사에 곁들여 마실 경우 더욱 그렇다.
다음의 표는 와인 산도의 저/중/고에 따른 통상적 용어와 함께, 각 산도별 시음 시의 느낌과 와인의 예를 정리한 것이다.
산도 | 용어 | 시음 시의 느낌 |
해당 와인 |
저 | 약간 시큼한, 산도가 부족한 |
신맛이 감지되지만 구운 사과처럼 그 정도가 약함 |
오크 풍미를 지닌 샤르도네, 크림 셰리 |
중 | 새콤한, 상큼한 |
싱싱한 사과처럼, 상쾌함이 느껴지는 보통 정도의 신맛 |
이탈리아의 피노 그리지오, 칠레의 메를로 |
고 | 톡 쏘는, 날카로운 |
덜 익은 사과처럼, 거칠다싶은 만큼 강한 신맛 |
프랑스의 상세르, 이탈리아의 키안티 |
7. 마무리
우리는 흔히 와인의 맛을 단순히 '달콤하다', '시큼하다'로 표현하지만, 실제로 와인의 풍미는 후각과 미각, 그리고 마우스필이라는 복합적인 감각의 조화로 형성된다. 단맛과 신맛이라는 두 가지 미각만이 와인의 맛을 직접 구성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냄새와 질감에서 비롯된 인상이다. 드라이냐 스위트냐, 산도가 높냐 낮냐에 따라 와인의 스타일은 전혀 달라진다. 와인을 더 깊이 이해하고 즐기고 싶다면, 이 감각들을 분리해서 느끼고 표현해 보는 연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제 한 잔의 와인에도 훨씬 더 풍부한 이야기와 경험이 담겨 있음을 알게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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