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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포도가 와인이 되는 과정: 발효, 오크 숙성, 단맛의 마법까지

by wine professional 2025. 7. 12.

와인은 단순히 포도를 짜낸 주스가 아니다. 수천 년의 인류 지혜가 담긴 발효와 숙성, 그리고 단맛의 조절까지 복합적인 과정을 통해 비로소 와인이라는 걸작이 탄생한다. 이 글에서는 와인의 과학과 예술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포도를 와인으로 거듭나게 해주는 발효

와인은 발효의 산물이다. 발효란 생효모가 당분을 알코올로 변화시키는 과정이다. 신선한 음식에서 이런 과정이 자연적으로 발생되면, 그것은 바로 부패로 이어지는 첫 단계가 된다. 하지만 인류는 수천 년 전부터 발효 과정을 통제해 왔다. 그것도 와인과 맥주의 생산분야에서만이 아니어서, 발효를 통해 밀가루를 빵으로, 우유를 치즈로, 코코아 빈을 초콜릿으로 바꾸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효모가 단순한 생포도를 훨씬 더 복잡하고 풍미 가득한 와인으로 변모시킨다니, 정말 마법의 가루 같지 않은가?

 

와인 숙성

 

2. 당분 분해

우리 주변에서는 수많은 종류의 효모가 자연적으로 발생하여 제빵, 맥주 양조, 와인 양조에 활용되며, 당분을 먹는 사카로마이세스 속의 효모들도 마찬가지다. 이 효모들은 당분을 먹고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분해한다. 포도원과 와이너리에 서식하는 야생효모 덕분에 발효는 언제나 자연적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요즘의 현대적 빈트너들 가운데는 결과의 예측 가능성을 더 높이기 위해 배양 효모균주 주입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다.

 

3. 포도 이외에서 생겨나는 풍미

와인의 향과 맛은 포도의 차원을 훨씬 넘어선다. 발효 중에 작고 무수한 화학반응이 일어나면서 포도에 들어 있지 않거나 포도에서는 감지될 수 없는 새로운 풍미와 향이 더해진다. 발효는 와인의 아로마를 아주 복잡하고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이는 치즈와 다르지 않다. 프랑스 브리 치즈, 위스콘신 체다 치즈, 이탈리아 고르곤졸라 치즈의 독특한 풍미는 발효와 숙성에서 비롯된 것이지 원료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다. 효모는 생포도에서 함유된 풍미와 향도 크게 변화시킨다.

 

4. 오크 발효 또는 오크 숙성

한때 와인은 나무 통속에서 만들어져 통째로 팔렸지만 요즘엔 대다수가 생기 없는 스테인리스스틸 탱크에서 발효되어 병에 담겨 팔리고 있다. 하지만 현재도 와인메이커들은 고급 와인을 섬세하게 다듬기 위해 여전히 전통적인 오크통을 사용하고 있다. 요리사가 버터와 향신료를 써서 맛과 풍미를 돋우듯 빈트너들도 오크통을 사용해 와인에 질감과 풍미를 더한다

오크통에 담겨 있는 동안 와인에는 3가지 변화가 일어난다.

 

와인 발표 과정 중 오크통

 

1) 모든 통은 와인에 강렬함을 더한다.

오크 통 속에서 물과 알코올은 나무의 숨구멍에 흡수되었다가 표면에 닿으면서 증발한다. 그에 따라 타닌, 풍미 성분, 산은 더 농축되면서 와인의 품질과 숙성 잠재력이 높아진다.

 

2) 모든 통은 와인의 질감을 부드럽게 향상해 준다.

나무의 숨구멍 틈으로 공기가 들어와 와인을 아주 서서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산화시키는데, 이는 소규모의 화학반응을 유발하여 거칠고 어린 와인을 부드럽게 가다듬으며 미각에서 더 부드럽게 느껴지도록 해준다.

 

3) 새 통만이 와인에 오크 풍미와 타닌을 더해 준다.

오크에는 미묘한 풍미 성분과 타닌이 들어 있어서 서서히 와인으로 우러나온다. 특히 새 오크통은 와인에 강한 토스트 풍미를 부여하며, 그 풍미가 코냑이나 버번위스키에서 느껴지는 그런 풍미와 비슷하다. 하지만 티백처럼 통도 한 번씩 사용할 때마다 점점 풍미를 잃어 4년쯤 되면 특성이 없는 중성상태에 가까워진다. 대다수의 경우 100% 새 오크통으로 사용하면 와인이 너무 강해지기 때문에 빈트너들은 대체로 매 빈티지마다 20~50% 정도만 새 통으로 교체한다.

 

새 오크에는 자연적으로 디저트 계열의 아로마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바닐라의 함량이 높다. 나무를 둥그스름한 모양으로 구부리기 위해 거치는 굽기 과정에서는 견과 맛이 나는 락톤이 생성되고 표면을 캐러멜화시키기도 한다. 와인메이커들은 오크를 와인에 풍미를 더하는 용도로 활용하면서 사용하는 오크의 종류나 오크를 굽는 방법에 세심한 관심을 쏟는다.

빈트너들에게는 프랑스의 오크와 미국의 오크가 에티오피아의 커피와 콜롬비아의 커피처럼 서로 전혀 다른 종류로 인식한다. 또한 나무의 구워진 정도에 따른 효과도 커피 원두의 로스팅 타입에 따른 효과와 비슷하다. 그런가 하면 미세한 에스프레소 가루가 커피의 강렬함을 더 높여주는 것과 똑같은 이유로, 통이 작을수록 더 강한 오크 풍미가 보장되기도 한다. 한편 와인과 오크의 표면접촉이 길수록 더 많은 풍미가 부여된다.

 

5. 단맛의 제어

포도는 달콤하지만 와인은 대다수가 달콤하지 않은데, 이렇게 된 역사적 내력은 순전히 실용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즉 초기의 와인메이커들이 부패를 막기 위해 알코올을 높이고 당분을 줄이면서 비롯된 결과다. 실제로 달콤한 와인과 낮은 알코올의 와인은 미생물에 의한 부패가 일어나기 쉬운 반면, 드라이한 높은 알코올의 와인, 다시 말해서 덜 단 와인은 유통기한이 더 길다.

전통적으로 와인은 드라이하게 발효된다. 그것이 수천 년에 걸쳐 와인을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발효가 시작되면 효모는 당분이 고갈될 때까지 먹이를 먹으며 번식을 이어가는데, 이 과정을 조기에 중단시키기가 어렵다. 와인 양조에서 당분의 주된 역할은 알코올로 변환되는 것이다. 와인은 대다수가 달콤하지 않은 드라이한 스타일이며, 특히 알코올 함량이 13% 이상인 와인이 더 그런 편이다.

달콤한 와인은 생산량으로는 밀리지만, 맛이 좋기 때문에 예나 지금이나 매력적으로 여겨진다. 유럽의 대다수 와인 생산지들은 각 지역의 환경에 따라 달콤한 와인 양조법을 독자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이제는 현대 기술에 힘입어 이런 와인들의 안정성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달콤한 와인을 만드는 양조법은 다음의 세 가지 방법 가운데 하나를 따르는데, 각각의 방법 모두 약간 달콤한 오프드라이 와인부터 사탕처럼 달콤한 디저트 와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와인을 빚어낼 수 있다.

 

1) 조기에 발효 중단

효모의 생명주기를 중단시키면 포도의 천연 당분을 어느 정도 지킬 수 있는데, 그러려면 대략 두 가지의 선택 방식이 있다. 온도를 낮추거나 증류주를 첨가하는 것이다. 효모는 빙점에 가까운 온도에서는 활동이 느려지다가 사망에 이른다. 이런 식으로 당분을 지키다는 것은 잠재적 알코올을 희생시키는 셈이므로, 아주 달콤한 와인은 알코올 함량이 아주 낮기 마련이다. 또한, 효모는 알코올이 15% 이상인 환경에서는 견디지 못하므로, 브랜디를 넣어 주정강화 와인을 만들면 발효가 중단된다.

 

2) 발효 전에 포도즙 농축

포도의 수분 함량을 줄여 그 외의 나머지 성분, 즉 당분, 산도, 풍미 성분들의 비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온화한 지역에서는 수확 후에 포도를 햇빛에 말리기도 하지만, 서늘한 지역에서는 수확 시기를 미루는 방식이 더 보편적이다. 쪼그라들면서 과즙이 농축될 때까지 따지 않고 놔두는 일명 레이트 하비스트 방식의 포도로 와인을 빚으면 진하고 달콤한 와인이 탄생된다. 서늘한 기후에서는 레이트 하비스트 방식 외에, 온화한 겨울까지 포도의 수확을 미루며 남은 포도 과즙을 냉동 농축시키기도 한다.

 

3) 발효 후의 가당 처리

아주 드라이한 편이 아닌 대다수의 저가 와인들은 소량의 포도즙을 드라이한 와인에 첨가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고급품에 드는 달콤한 와인들도 여기에 변형을 준 방식을 통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가당의 원료로는 대체로 포도를 사용하지만 데미섹 샴페인 같은 일부 와인에는 사탕수수 설탕이 사용되기도 한다.

 

6. 마무리하며: 와인의 본질은 변화에 있다

우리가 사랑하는 와인은 단순한 포도 주스가 아니라, 효모와 시간, 자연의 온도, 그리고 인간의 섬세한 손길이 만들어낸 예술 작품입니다. 발효는 포도를 와인으로 탈바꿈시키는 마법 같은 과정이고, 오크 숙성은 그 와인의 표정을 더욱 깊고 성숙하게 만들어 줍니다.

와인 한 병을 마신다는 것은 단순한 음용 이상의 의미입니다. 그 속에는 토양과 기후, 양조 철학, 문화가 모두 담겨 있으며, 한 병의 와인에서 우리는 시간과 자연, 사람의 손길을 함께 음미하는 것이죠.

이제 와인을 마실 때, 그 속에 깃든 복잡하고도 정교한 이야기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더 풍부하게 즐기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